오늘 (사실 어제) 만난 이 책은 마치 선물같았다.
대상자도 아닌 연수에 와서 듣게 된 것도 참 다행이었다.
사실 대상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일의 우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확인했을 텐데, 장장 3주간의 의무 연수로 인해 확인할 타이밍을 놓쳤다.
부랴 부랴 토요일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확인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는데 완벽히 처리해야 하는 이 업무를 어찌하랴.
게다가 여쭤볼 수 있는 시간이 당일 오전 9시인데,
그 시간이면 이미 연수장에 도착해야할 시간이었다.
그래서 평소답지 않은 뻔뻔함을 장착하고 연수장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운영자들께 사정을 설명하니 흔쾌히 듣도록 해주셨다.
책상과 의자도 준비해주셔서 편히 적으며 연수를 들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점심 시간이 되어 미리 사둔 식사 거리를 들고 1층에 내려갔다.
카페처럼 생긴 공간이라 먹어도 되는지 여쭙자,
따로 파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커피 한잔을 선뜻 물어봐주셨다.
챙겨주신 따뜻한 마음 덕분에 커피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커피 한 모금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우물우물 먹으며 고개를 돌렸더니 책이 보였다.
말이 길었지만, 여하튼 그렇게 이 책을 집게 되었다.
공감
교사는 공감의 직업이다. 어쩌면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일지 모른다.
각 학생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함께하여 현재를 보고 앞을 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공감 능력은 유한 자원이다.
아이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온 날이면,
특히 아이들과 개인 상담을 통해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준 날이면,
나도 대문을 열자마자 지쳐 쓰러진다.
특히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대문자 ‘I’로 상호작용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사람이다.
물론 친한 친구나 가족이랑 함께 있는 것은 괜찮다.
그렇지만 학생은 내가 돌봐야하는 대상으로 아무리 친해진다해도 그 상호작용에 모종의 책임감이나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아무래도 평생 초등학생이든 아니든 가르치는 직업을 할 것 같아서
지속가능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감피로’를 적절히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
교육자로서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교육을 꿈꾼다.
짧다면 짧은 생이지만 살아오며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행복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판단에서 벗어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행복이어야 가치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모든 이의 행복은 다르다’라고 했을 때 크게 공감했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의 모토도 행복한 교육이다.
그러나 우리가 행복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다.
개인적인 행복이 아닌 보편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개인적인 행복을 위한 교육은 무엇인가.
그것은 스스로 행복을 찾고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대신 찾아주는 것은 불가능하니, 스스로 찾고자 하는 의지와 기회를 준다.
더불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한 태도는 풍부한 외적인 환경만으로는 기를 수 없다.
그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생각을 소리내어 말해 타인과 교환하고 몸을 움직여 조작해보면서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는다.
물론 잘 훈련된 AI 도 사고 촉진 및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한 이론을 바탕으로 훈련한다면 상호작용의 질 측면에서는 오히려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생물과의 상호작용과는 다른 것 같다.
창의성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자로의 진로를 정한 뒤 어느 순간
나 스스로는 창의성이 부족하지만, 아이들 만큼은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여러 자리를 통해 배우며 창의성은 ‘연결짓는 능력’으로 정리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연결짓는 대상은 다양한 분야로, 수단은 학습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학습자의 경험도 연결짓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단위 지식보다 더 명료한 표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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